김호중이라는 새로운 출현에 열광하다
정통 성악가인 김호중이 미스터트롯에 참가했다. 이것은 일대 혁신이다. 정통 성악가가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한다고 할 때, 세미 클래식을 지나 팝과 발라드까지 가는 경우는 많아도 트로트까지 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호중이 혜성같이 나타나서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혜성같이 나타났다는 말은 김호중이라는 존재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김호중이라는 정통 성악가가 나타나 방송에서 트로트를 불렀기 때문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지금까지 그 어느 성악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선택하고 진행하는 김호중은 그런 의미에서 융합적이고 통합적이다. 융합은 노래라는 영역에 해당 되는 말이고, 통합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해당 되는 말이다.
관념이 아닌 실존의 영역에서는 융합과 통합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쪽이 중심축이 되거나 부각 될지라도 그 자체로 진정한 융합이 되며 진정한 통합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래의 융합이 발생해도 사회적 통합이 따라오지 않으면 그 융합은 소규모적이며 미완에 그칠 뿐이다. 반대로 사회적 통합을 시도하거나 이뤘을지라도 노래의 융합을 성취해 제공하지 않으면 그 통합은 다시 사분오열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김호중의 융합과 통합은 어떻게 나타날까. 그 방향성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이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김호중의 포지션이 가지는 특수성이다. 김호중은 한 영역에서 출발해 다른 영역을 딛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미스터트롯이라는 기회의 날개가 나타났고, 김호중은 그 날개가 나타날 줄 알았다는 듯이 초반에 단번에 움켜쥐고 자기 등에 달아버렸다.
한번 단 날개는 떨어지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어서, 김호중은 지금 그 날개를 단 아기장수가 되었고 그를 열광하며 자발적으로 따르는 엄청난 군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 소문을 듣고 지금도 계속 진영으로 들어오는 병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호중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영역인 정통 클래식을 버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릴 사람도 결코 아니다. 김호중의 클래식은 그에게 전장에 나아가 합을 맞추며 겨룰 수 있는 무기와도 같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무기를 뛰어난 무기가 되게 하고, 그가 벼리고 있는 여러 무술을 훌륭한 무술이 되게 하는 이면에는 성악이라는 클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클래식의 성악은 김호중에게 일종의 정신과 사기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목적에 따라 전방에 내세우든 후방에 배치하든 그 주어진 위치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감당할 뿐만 아니라 영광스러운 승리까지 쟁취하게 해 준다.
김호중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활용하면서 또 하나의 무기를 준비해 왔는데 그것이 바로 트로트다. 미스터트롯을 통해 그 무기는 전가의 보도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로 인해 트로트라는 새로운 깃발 아래 또 다른 층의 병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호중의 진영에는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양대 세력의 힘과 맛을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가세해서, 차전놀이처럼 서로 엉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과 완성을 향한 디딤돌을 힘차게 놓고 있는 중이다.
김호중으로 인해 성악 중심이었던 사람들이 트로트라는 대중음악에 마음을 열게 되었고, 트로트 무대를 통해 김호중을 알았던 사람들이 성악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김호중 진영의 양대 본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분리하기보다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하나로 연합하는 가능성의 전진과 화합을 극명하고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김호중의 경계는 막고 분리하는 경계가 아니다. 경계를 넘나들게 하고 자유롭게 왕래하게 하는 소통의 경계다. 김호중을 통해 성악이 트로트로 트로트가 성악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오로지 김호중이라는 자산이 성취해낸 것이다.
김호중은 경계인이다. 한 영역에 속해있다가 다른 한 영역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 오래 준비한 과정의 결과물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던져주었다. 김호중으로 인해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고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와 새로운 노래를 들었다. 그래서 김호중을 통해 장벽을 허물고 영역을 넘나드는 대중이 기꺼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호중이라는 새로운 출현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