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에서 패밀리가 떴다팀이 보여준 희망가는 뛰어난 무대라는 수식어가 너무 아쉬울 정도다. 예술적인 무대, 감동적인 무대를 넘어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에 개입하는 무대였다. 한 마디로 걸작인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희망가에서 김호중과 이찬원이 보여준 케미는 아주 특별했고 남다른 가치가 있었다. 김호중도 정통 성악가 출신이고 이찬원도 정통 트로트를 구사하는 가수인데, 이 둘이 만나기 전까지는 과연 성악과 트로트가 호흡을 맞추며 콜라보를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 아무래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트로트 가수를 제외한 다른 가수들과 성악가와의 호흡은 이미 팬텀싱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검증이 되었고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악가와 트로트 가수와의 호흡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김호중과 이찬원이 보여준 케미는 당일 무대 전체를 통틀어 압권이자 백미였다.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되고 잠재된, 그러면서도 그 폭발력이 무궁무진하고 그 파생력 또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준 절창이었다.
한 사람이 노래할 때 다른 한 사람이 넣어주는 에드립을 넘어, 멜로디와 화음이 일대일 수준으로 들어가고 표현되면서 보이스 컬러의 색다른 질감이 구현되었다. 이 화음 구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호중의 사운드가 이찬원을 받쳐주고 돋보이게 하는 생물적 사운드였다는 것이다. 주연을 위한 조연의 역할에 대한 감각이 있으면서 그것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김호중의 노련한 배려 덕분에 가능한 대목이었다.
이찬원 같은 트로트 가수가 나왔다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귀한 일로 생각되어지는데, 그 이유는 아주 좋은 성대를 가지고 있는 이찬원의 발성과 창법이 전통에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요의 창법과 그 서정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찬원 같은 가수가 국외에서 한국적 트로트를 부른다고 할 때 정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생각해볼 것은 현단계에서 이찬원 같은 트로트 가수와 함께 동행하면서 받쳐주고 끌어주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역할을 김호중이 아주 적절하고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호중이 여타의 가수들과 가지는 차이점이나 변별력은 김호중은 남을 돋보이게 해주면서 자신도 돋보이게 하고, 반대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K팝처럼 K트로트가 해외로 진출한다고 가정할 때, 김호중은 엄밀히 말해서 트로트의 중심은 아니지만 그 중심을 호소력 있게 받쳐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단순한 노래 차원이 아닌 K트로트라는 ‘무대’와 ‘공연’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재능이라는 차원이다. 그 무대에서도 김호중은 자신도 빛나면서 다른 가수들도 빛나게 해주는 호소력 있는 무대 장악력을 보여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호중과 이찬원 둘만의 콘서트를 해보면 어떨까. 꽤나 흥미로우면서 정말 감동적인 콘서트가 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