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오디션에 참가하고 있는 김호중은 성악가다. 성악을 전공한 성악가가 트로트를 부르는 건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크로스 오버 음악이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크로스 오버 영역이 트로트까지 확장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트로트의 수준에 대한 경시로 인해 클래식이나 클래식 전공자가 트로트와 트로트 가수로 나서기에는, 아니 나서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환경이 현실이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트로트를 부르고 트로트 가수가 되는 일은 이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성악을 전공해서 성악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에 일찍 트로트로 방향을 정하고 선회한 경우다. 김호중은 그런 경우와는 전혀 달라서 이미 클래식 성악가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에서 트로트를 부르고 있기에 김호중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다.
혹자는 미스터트롯에 참가하는 김호중을 보면서, 지금 언급하는 그 혹자는 아마도 클래식 분야에 있거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김호중을 걱정하거나 안 좋게 보는 사람일 텐데, 이 기회에 김호중이 미스터트롯에서 보여주는 노래와 노래의 행위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부여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음악적으로 보면 김호중의 현재는 크로스 오버 음악과 크로스 오버 행위로 보아야 한다. 김호중 자신도 그렇거니와 김호중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도 김호중을 성악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하는 김호중의 가치는 어느 정도이며 그 위치와 방향은 어떻게 될까.
음악의 사회사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 있었다. 장르적인 시도도 있었고 장르 안에서 한 영역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거나 만나는 시도도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김호중의 퍼포먼스는 음악의 사회사적인 측면에서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김호중의 퍼포먼스라고 했는데, 무대로만 국한해서 보면 김호중은 노래할 때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 행위와 음악의 사회사와 같은 배경까지를 통틀어 생각해보면 김호중의 참가와 노래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음악 사회적 퍼포먼스다.
그 퍼포먼스를 퍼포먼스 되게 하는 요인은 바로 트로트다. 김호중이라는 성악가가 트로트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제성 1위를 차지하게 되고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김호중의 가치는 크로스 오버 음악의 영역을 트로트까지 확장시켰다는 데에 있다. 물론 이것은 이제 출발이고 현재 진행형으로써 그것이 계속될지 중단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시작했다는 것이고 현재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호중이 트로트 영역까지 크로스 음악을 확장한 사람으로 음악의 사회사에 기록이 될지, 아니면 트로트 영역의 크로스 음악 효시로만 기억되다가 사라질지 사뭇 궁금하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1세대 자신은 그 후광을 누리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나타날 2세대 사람들은 그것을 누릴 공산이 커서 어찌 되었든 대단한 일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미스터트롯에 참가해서 트로트를 부르고 있는 김호중은 역사적인 인물이요 역사적인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 음악의 사회사에, 직접적으로는 한국 대중가요의 사회사에 기록될 한 페이지를 장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